백파 2021. 5. 18. 14:38

북한산 비봉능선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평창동에 이른 아침에 비치는 햇살이 포근하고 따뜻해 보인다. 우리나라 부자촌 중 한 곳이다. 산 높은 곳까지 침범해 너무 많은 집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 좀 그렇지만 살기는 좋아보이는 곳이다. 나는 풍수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주거지로는 아주 명당자리인 것 같다. 산의 형상이 훌륭하고, 맑은 물이 흐르고, 햇살이 잘 비치고, 바람은 부드럽고, 고요함 속에 밝은 기운이 있고 ,아침 햇살에 눈을 뜨는 곳, 이런 곳에 기氣가 모이고 정精이 쌓이지 않겠는가?

 

산을 참 오랫동안 다녔다. 옛날에는 도전적으로 정신없이 다녔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지금은 내 삶의 기운氣을

얻는 곳이 산이다. 나는 풍수사상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삶에서 어디서 활동하고 사느냐가 우리네 삶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생명체의 생명력이 기운氣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그 기운은 내가 살아가고 활동하는 공간에서 얻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기운은 감각기관을 통해 무엇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면서 얻는다.

 

산에서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산의 경관을 보고, 바람소리, 새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비오는 소리를 듣고, 꽃냄새, 풀냄새, 낙엽냄새를 맡고 호젓함, 한가함, 경이로움, 경외로움을 느끼면서기운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