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지난 4월에 딸을 시집보내면서 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가 경험한 ‘결혼’이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혼은 사랑으로 시작되고, 그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갈 기반이 되는 가정이 만들어집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은 있을 수 없고 유지될 수도 없습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랑에 대해 칼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사랑에 대하여’라는 잠언이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여 인용했습니다.
축 사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들 일상이 어렵고 힘든 중에도,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렇게 왕림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두 사람이 오늘 이 자리에서 하객 여러분들의 축복을 받으며 혼인 서약, 선언을 함으로써 이제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인생의 기반이 되는 ‘가정’을 만드는 의식입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동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한다는 것은 상대의 모든 것, 상대의 생각, 가치관, 장점, 약점도 함께 데리고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문화에서 따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그 삶과 결혼하는 것이므로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서로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앞으로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들거나 서로 갈등이 생길 때 “오늘 이 순간, 지금 이 마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제 두 사람은 가정을 꾸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의 험난한 새로운 역할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가정은 ‘사랑의 에너지’으로 성장하고 유지됩니다. 사랑은 세상 모든 좋은 것을 의미하지만, 사랑은 결코 좋기만 하고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쉽게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은 누구나 쉽게 피울 수 있는 꽃이 아닙니다. 사랑이란 파도와 같이 밀려왔다 사라져버리기 쉬운 감정입니다. 사랑은 고통과 함께 옵니다. 사랑은 의존이나 구속이 아닙니다. 사랑은 결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서로의 노력으로 사랑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미운 것도 사랑 때문이며, 원망도 사랑 때문입니다. 귀하고 소중한 것도 사랑이 있어야 빛나고, 풍요로움도 사랑이 있어야 그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고,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사랑이 있으면 보람이 생기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 행복합니다.
두 사람이 가정을 지키기 위한 그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예언자’의
저자로 많이 알려진 칼릴 지브란의 잠언詩로 대신 하겠습니다.
“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 안거든 그에게 온 몸을 내 맡겨라.
비록 그 날개 속에 숨은 칼이 그대에게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면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듯, 그 음성이 그대의 꿈을 뒤흔들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영광의 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그대를 성장하게도 하지만,
또한, 그대를 꺾어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그대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햇빛에 떨고 있는 가장 연한 가지를 어루만져 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로 내려가
땅에 얽매이지 못하도록 흔들어 대기도 하는 것이기에,
........
사랑은 저 자신밖에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저 자신밖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으며 소유당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충분하므로 .
사랑할 때 그대는 ‘神이 내 가슴 속에 있다’고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도 ‘나는 神의 가슴 속에 있다’고 말해야 한다.
또한 그대가 ‘사랑이 나아가는 길을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대에게 자격이 있음을 알게 되면
사랑이 그대의 길을 지시할 것이기에.
사랑은, 사랑 자체를 채우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 만일 사랑하면서도, 또 다른 바램을 품지 않을 수 없거든,
이것이 그대의 바램이 되게 하라.
‘서로 하나 되어 흘러가며
밤을 향해 노래 부르는 시냇물처럼 되기를.
지나친 다정함의 고통을 알 수 있기를.
사랑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에 상처받기를.
그리하여 기꺼이 즐겁게 피 흘릴 수 있기를.
날개 달린 가슴으로 새벽에 일어나
또 하루, 사랑의 날을 보내게 되었음을 감사할 수 있기를.
아침에 일어나 사랑의 환희에 대해 명상할 수 있기를.
저녁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기를 .
그런 다음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슴 속으로 기도하고
입술로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잠들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