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그만 가자.’
‘가면 안되지.’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대사다. 짧기도 하고 도대체 ‘고도’가 무엇인가 하여 몇 번을 읽었던 책이다. 고도란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고도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무엇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 천국..’ 그리고 누구나 기다리는 바램, 희망, 꿈이다. 희망, 꿈은 이루어지면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아니다. 의미 없는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살아야 할 이유가 되는 무엇이다.
기다림이 있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한다. 무엇인가 기다릴 것이 있다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이유다. 고도는 절대 올 수 없는 무엇이어야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 결코 닿을 수 없는 것, 그러나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법조인이 정의를 구현하다는 것은 인간 세상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교사 인간이 아이를 위해 진정한 참교육을 행하는 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는 것도 인간 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다. 때로는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물질이 보이고 명예가 보이면, 눈앞에 더 이상 사람이 보이지 않고, 고도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행하는 고도를 기다리는 그러한 삶이,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삶이고, 즐거움이 지속되는 삶이다. 기다림, 애절한 그리움, 그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나는 중용에서 기장 핵심이 되는 말이 성誠이라 생각한다. 성誠이란 '꾸준함'으로 나는 이해한다. 성실함이다. 중도中道를 위해 성실하게 살아라는 것이 중용의 가르침이다. 중도가 고도다. 결코 인간이 성취할 수 없는, 그래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고도다. 예수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를 행함은 끝이 없다. 그러나 천국을 기다리고 불국토를 기다리며,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