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한잔 들고가게!

새해를 맞이하면서

백파 2021. 3. 18. 17:01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

겨울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 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봄에는 꽃피고 가을에는 달 밝고

여름에는 바람불고 겨울에는 눈 내리니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는다면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세상일세.!

 

스님의 게송偈頌인데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구분하여 힘들고 좋지 않았던 것들을 보내고, 이제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 다짐해 봅니다.

 

백수가 되면서 밖으로만 돌던 내 일상은 거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집에서 나름대로는 바쁘게 즐겁게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거의 집에서 지내지. 책 읽고 인생 공부도 하고, 가끔은 자연을 찾고, 산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렇게 답하면 사람들은 내가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맘이 불편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걸....’

 

우리 각자는 자신의 시각에 비추어 상대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바라봅니다. 그래서 좋고 싫고, 아름답고 추하고, 맞고 틀리다고 평가해버립니다.

 

나 역시도 함부로 이야기해 실수도 많이 하고,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많이 후회합니다. 이제는 말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교육도 말 많은 선생보다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하게 할 수 있는 선생이 좋은 선생이라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문제들은 인간의 말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말을 아껴야겠습니다.

 

노트 한 편에 이렇게 써져 있습니다. ‘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 100가지나 된다고 좌절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보라. 그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선천성 질병을 가진 분이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 좋아서 적어두었습니다. 불행의 비결은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여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해외여행과 좋은 옷, 비싼 음식, 좋은 차, 좋은 집에 집착하면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주변을 산책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면 아직은 주변에서 내가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