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에너지 근원 자신감, 자존감
노년에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공부에 대한 공부를 한다. 교육 심리학 등 지금까지 몸에 대해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공부에 대한 공부란 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고, 잘 하는 아이들은 왜 공부를 잘 하는가에 대한 공부를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공부는 결국 인성에 대한 공부이고 감정조절 같은 정서에 대한 공부다.
공부를 할 수 있게 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정의 문화 등 일상의 삶에서 자동적으로 익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정의 분위기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공부가 익숙하고 공부가 상대적으로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정환경이 대체로 힘든 상태의 아이들 독서지도를 한다. 독서지도 목적은 교과목 점수를 잘 받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인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며,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기효능감을 올리고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이 메타인지교육이고, 정서교육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이 약하다. 어려서부터 삶을 포기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일 가능성이 많다. 이것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존감이 약하면 대체로 쉽게 분노한다. 마초적 성향은 자존감이 강한 것이 아니라 약함으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이다.
우리는 정서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관심도 없다. 어릴 때부터 잘못하면 모든 것이 아이 잘못으로만 취급하고 아이를 나무라며, 모든 책임을 아이의 무능과 노력 부족으로 돌린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학교에서도 경쟁적으로 교과목 점수 잘 받기 교육을 한다. 공부의 목적은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인성교육이고 정서교육이다. 인성공부란 도덕윤리를 배우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배운다. 그래서 일상의 삶이 공부이고 타인과의 만남, 대화 역시 중요한 정서공부이다, 물론 학교에서의 공부가 중요하다. 그 이전에 정서교육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정서교육의 중심이 되는 곳이 가정이다.
나는 모든 생명체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 생성이고 관리다. 우리 몸의 에너지는 육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가 있다. 정서교육이란 정신적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허비하지 않고 잘 사용하도록 몸에 익히는 것이다. 정신에너지 역시 육체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생성되고 소모된다. 긍정적 감정으로 생성되고 부정적 감정으로 소모된다. 정신적 에너지는 내 감정을 만들고, 외부 상황에 내적으로 대응하는 에너지다. 동물이 분노하는 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다. 분노하게 되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분노는 모든 동물에게 아주 중요한 감정이다. 인간에게도 분노는 중요한 감정이지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분노를 필요할 때 적기에 잘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불편함, 불안한 감정인 스트레스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부족하면 면역력도 약화된다. 정신적 에너지 근원이 자신감이고 자존감이다.
공부하는 것 또한 육체적 에너지뿐만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행위다. 자주 분노하거나 불안함, 공포를 느끼는 감정 또한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그래서 자존감이 약하면 사소한 자극에도 몸은 불안함을 느끼며 화를 자주 내게 된다. 쓸데없는 곳에 너무 많은 감정에너지를 소비하면 필요할 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다. 배려도 끈기도 사랑도 이타적 마음도, 그에 저항하는 내 몸을 극복하고 조금은 마음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의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의지 또한 정신에너지다.
삶에서 어려움을 견디고 때로는 몸의 저항을 이겨내는 수고로움을 감내하여 무엇을 달성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몸속에 자존감이 형성되지 않는다.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은 내 몸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내가 만들고 싶다고 내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되면 육체적 에너지뿐만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도 쇠약해진다.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약하고 자기효능감이 약하다. 내가 사용될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 자기효능감이 낮고, 별로 인정받지 못하니 자존감도 낮아진다. 그래서 사소한 곳에 분노하고 화를 내기 쉽다. 그래서 노인의 삶이란 대체로 스스로를 지탱할 뿌리가 없는 허망한 삶일 경우가 많다. 노년에 아껴야 하고 잘 관리해야 할 것이 에너지다.
인간은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 욕망과 보상으로 행동한다. 욕망이 없으면 보상도 없고, 보상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욕망도 없다. 욕망도 보상도 모두 정신적 작용이다. 공부를 하든 어떤 일을 하든, 내가 힘든 고통을 감수하고 노력하고, 정신적으로 부담을 갖고 불쾌감을 감수하며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 보상이 자기인정이다. 내 몸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자존감이 된다.
그러한 노력, 부담, 곤란 같은 수고를 겪지 않는다면 내 몸은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한 수고 없이 우연히 좋은 결과를 얻는다 하더라도 몸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설령 물질적인 것이나 사회적 지위로 인해 외부에서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수고로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내 몸은 인정하지 않는다. 내 몸이 인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존감이 생기지 않는다. 자존감은 내가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존감이 없는 삶은 허무하다. 연줄이 끊긴 연처럼 허공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