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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유취 물이군분 方以類聚 物以群分

백파 2017. 10. 26. 08:29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것이 자연선택이든 적응이든, 생존을 위해 필요한 나름대로의 도구를 진화

시켜왔다. 생존한다는 것은 세상을 감각기관으로 인지하여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들이 삶이다.

인간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냄새 맡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어떤 동물들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그들이 존재하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세상에 적합한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터득하여 그들만의 필요한 도구들을 장착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인간 또한 그렇다.

인간 세상 내에서도 나는 알지 못하는 수 많은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그러한 존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나는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각 개인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환경에서 태어나, 특정한 활동을 하고, 특정한 것들과 관계를 맺고

경험하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하고,

살아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가 다른 세상에서 살아

간다. 모두들 같은 환경에서 살아도 각 개인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는 것들이 다르다.

 

자신들만의 세상을 살아오면서 거기에 적합한 자신들만의 감각기관과 정신을 발달시켜 왔다. 나는

그들 세상을 알 수 없고, 그들 또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모른다. 그러니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

 

주역 괘사 첫 장에 '방이유취 물이군분 方以類聚 物以群分 '이라는 말이 있다. '지역이 다르면 생존

하는 식물이나 동물이 다르고, 그 다양한 종들이 각기 다른 세상을 이룬다'는 뜻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도, 그 세상 안에서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수많은 세상이 존재한다.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 또한 나를  알 수 없다.  어떤 인간이든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주장이 있어 분별이 생기고, 시비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물이군분物以群分으로 이견이 생기면 갈등이 생기고, 분쟁이 생기고, 어떤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는 

복福이 되고 어느 누구에게는화 禍가 된다. 인간사회 분쟁은 각기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필연적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