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완성은 믿음이다.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은, 항상 그렇게 열정적이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냥 함께 있으면서 각자가 자기 일 하는 거다. 서로를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각자가 자기 일 하고, 곁에 있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야 하고, 열정적이어야
하고, 낭만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새월이 흐른다고 사랑의 열정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월과
함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 그 열정은 사그라진다. 사랑한다는게
시작은 특별할지 모르지만, 특별한게 아니다. 그저 둘이 함께 밥 잘먹고
잠 잘자면 된다.
그냥 꽃이 피면, 함께 그 꽃 바라보는 거다. 비내리면 그냥 창밖에 내리는
비를 함께 바라보며, 자식 걱정하고, 세상 걱정하고 그렇게 사는거다.
누가 누구를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그냥 각자 할 일 하는 거다. 너무
서먹해 할 필요도 없고, 뭔가 해주지 못한다고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
무심하다고 섭섭해 할 것도 없다. 그냥 그렇게 서로 바라보아 주면 된다.
사랑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각자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한가함이
들어설 수 있도록 둘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자리에
한가함이 들어서고, 진정한 사랑, 믿음, 존중이 들어선다.
세상만물은 모두 오래 함께 하면서,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초기의 그 강렬함은 잃지만, 서로의 미묘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함께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믿음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이제 더이상 내가 의식할 수 없다.
그 믿음은 내 몸속에 하나의 정서적 기둥이 되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공기와 같아서 일상에서 나는 의식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사라지고 나면, 그때 커다란 상실로 다가온다. 그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