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살아가게 하는 것
노인의 특성은 관용보다 오히려 더 완고해지고, 만족보다 불평불만이 더 많아지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가 순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짜증나고, 어른스러워지기보다
더 의존하려 하며 유아적이 된다. 몸이 쇠약해지니 만사가 짜증나고, 이제 더이상
염치도 점점 없어지고, 더 이기적이 되어간다.
노인이 이러한 것은 생물학적으로 정상이다. 이것이 노화현상이고 노화는 개인적인
잘못이 아니다. 일상생활에 영향이 있으니 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치료해야 한다.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지구상에 고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자신 밖에는....
물론 노년이 되면 몸이 쇠약해지고 정신력도 약해져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모든 것을 타인에 의존해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상에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의존하더라도, 최소한의
자아존중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내가 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느낄 무엇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이 분명해야 한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모든 것을 전문가에게 맡긴 채 살아간다면, 비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노년에 내 일상을 모두,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주어 편안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삶은 빈곤하고 비참하다.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다. 태어나는 것도, 가사일도, 정서적인 지지도, 가정교육도,
자식양육도, 죽음도,,,, 이 모든 것이 내 삶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더 나은 삶을 위해 전문가에게 맡긴다. 돈이 많아서 그렇게 내 삶을 남과는 다른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산다면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그런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상에서 내가 선택할 것이 없다면,
내 삶은 없다.
내가 뭔가를 하는 것을 우리는 '일'이라고 한다. 돈을 벌어야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흘러가는 세월에 내 삶의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맡긴 채 산다는 것은 우리를 너무
비참하게 할 것이다. 노년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제 일상에서 내가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