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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과 우월감 사이에서

백파 2014. 12. 30. 08:27

 

정신치료를 받아오던 여성이 치료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 .... ..나는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바랄 때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그 사람이 먼저 알아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정확히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나 스스로도 모를 때가 더 많았다. 나는 지금은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조금 지나치다 싶은 기대라도 내 기대를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만약 누가 내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그게 다 내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법을 서서히 익혀가고 있다....

또 한가지 깨달은 사실은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상과 실제의 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때로는 남의 도움을 받는 법도 배워야 한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상대는 아마 나를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요즘은 세계 어디든 하루안에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없고, 스피드와 품질개선을 위한 기술경쟁이 치열해졌다.

주위를 둘러봐도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생활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나르시시즘의 분리모델은 세가지로 구성된다. 열등감과 우울증이 첫 번째 요소이고, 우월감이 두 번째

요소이며, 이 두요소가 합쳐져 거짓자아가 구성된다. 세 번째 요소는 진정한 자아이다. 여기서 열등감과

우월감은 실재하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아니다. 여성의 착각속에 존재하는 열등감과 우월감이다.

우울증이라는 말도 실재하는 질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열등감'과 '우월감' 그리고 '진정한 자아' 세가지 요소는 장벽에 서로 분리되어 있다. 분리라는 말은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그리고 방어기제란 불안감, 정신적 고통,

죄책감 등의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발동되는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방어기제는

일시적으로 부담을 덜어줄 뿐 불쾌한 감정을 유발시킨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 갈등이 소화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는다.

 

우리는 우월감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우월감에만 푹 취한다. 열등감은 떠올리지 않는다. 우울증에 빠져들면서

보잘 것 없고 못난 자기모습에 열등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열등감에 빠진 순간에는 우월감을 부인한다.

이들의 내면에는 당당한 사람 한 사람과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한 명이 공존하다. 이들은 내적으로만이

아니라, 외적으로도 착하기 그지없는 사람과 악하기 그지 없는 사람으로 분리한다.

 

착한 사람은 늘 착해야 하고, 악한 사람은 늘 악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늘 선하다고 믿어왔던 사람이

한번이라도 실망스런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은 금세 악한 사람의 대열에 서게된다. 오늘 착했던 사람이

내일이면 못된 사람이 되고, 그 다음날이면 다시 착한 사람이 되는 등 사람에 대한 평가가 수십번도

더 바뀐다. 이들에게서는 중용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극과 극을 오가는 불안한 상태에서 뒤뚱거릴

뿐이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상대방의 전부를 이해하는 듯하다가도, 자기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으면 어느날 갑자기 사선 경고도 없이 연락을 끊어버린다.

 

현대인들은 기술발전에 대해 상당한 우월감을 지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더 빠른 것, 더 좋은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할 뿐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여유를 잃었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신의 욕구나 의지를 따르는 대신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성공과 노력, 강인함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는 타입이다.

 

자존감이 악한 여성들은 완벽주의, 거짓 독립심, 성공, 강인함, 감정의 조작, 지나친 적응, 자만심, 쉴새 없는

활동 등을 통해 열등감을 상쇄한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치다.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 기준을 충족 시킬

수 없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고 다른 사람들 탓을 한다. 이들은 따스함이나 관심, 사랑 등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 마저 필요하지 않다며 부인한다. 이들은 건전한 의존관계를 구축할 능력을 상쇄한

사람들이다. 감정과 욕구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차라리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자존감이 부족한 여성들은 자기가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더 매력적이고, 일을 더 잘하고, 아는게 더

많아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은 그다지 중시하지 않고 남들의 기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 우월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뭐든지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평범한 존재가 되었을 때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내야 한다. 사회적 성공이나 외모

때문에 남들이 자신을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자기가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