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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노인

대둔산 4월 어느 봄날, 전 날 봄눈이 내렸습니다. 쌀쌀한 날씨지만 봄은 이미 자연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소나무 색낄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지만 이제 나에게 힘이 듭니다. 이제 누구를 앞서가기보다 항상 양보하고 비켜서야 합니다. 삶에서도 자꾸 뒤쳐져가는 것 같은 자신을 느낍니다.

 

노인이 되면 추해지기 쉽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조금씩 약해지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기 쉽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온 날은 항상 많이 후회하고 찝찝한 기분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이기심, 현실에 대한 불편함, 육체의 노화에 대한 자괴감, 희미해지는 기억에 대한 불안함,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세상이 자주 짜증스럽고, 서글퍼지고, 무상해집니다. 요즘은 산행을 할 때 마다 나 자신에 대해 불만이고 또 안스럽고 고맙기도 합니다. 이제 남들처럼만 살아가기를, 추하게 늙어 무시당하지 않기만를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내삶이 세상에 보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살며, 해가 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런 존재가 될 수밖에는 없겠지만. 이제는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는 것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추하게 눈에 띠지 않고, 무리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이 세상의 구성 요소에 내가 포함되어 있음을 느낄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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